8주 뒤, 각자의 AI 결과물을 완성할 때까지
서로 다른 계열사에서 모인 14명은 'AX가 뭔지도, 돌아가서 뭘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로 시작했습니다. 8주가 끝났을 때, 각자 자기 조직의 문제를 작동하는 결과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첫날 자기소개는 대체로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왔고 AX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돌아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아직 모르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금융·제조·에너지·방산 등 서로 다른 계열사에서 온 14명이 한 팀으로 모였지만 출발선의 막막함은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그 막막함 옆에는 절박함도 함께 있었습니다.
“AX가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돌아가서 무엇을 바꿔야겠다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결국 AI Native인 직원과 아닌 직원이 갈릴 겁니다. 실패도 학습이니, 지금 씨앗을 뿌려둬야 합니다.”
1. 8주의 목표는 도구가 아니라 '능동적 학습자'였다
그래서 8주 내내 붙잡은 대전제는 하나였습니다. 수동적 학습자에서 능동적 학습자로. 첫 시간에 저는 강사의 역할이 20%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머지는 스스로 파도를 타는 힘을 기르는 것이고 제 목표는 저 없이도 각자 서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요.
그 태도를 '맡·당·쪼'로 요약했습니다. AI에게 맡기고 처음엔 안 되는 게 당연하며 업무를 잘게 쪼갠다. 그리고 막히면 강사가 아니라 AI에게 먼저 묻는다. 이 넷이 8주 동안 반복해서 돌아온 기준이었습니다.
실제로 8주 동안 가장 자주 마주친 건 성공이 아니라 막힘이었습니다. 배포한 페이지가 404를 띄우고 명령이 먹히지 않고 결과가 예상과 달랐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답을 바로 주는 대신 AI에게 어떻게 물을지를 같이 다듬었습니다. 원하는 결과와 지금 처한 상황, 에러 메시지를 정리해서 묻는 습관이 붙자, 진도가 강사의 속도가 아니라 각자의 속도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만났을 때 사람을 부르지 않고 도구에게 먼저 묻는 것 — 사소해 보이지만 이게 능동적 학습자의 첫 신호였습니다.
2. 매주, 손에 잡히는 결과물로 확인했다
기초는 순서대로 쌓되 매 단계를 작동하는 결과물로 마무리했습니다. 회의 녹음을 회의록·요약·시각화로 만드는 첫 실습에서 시작해 그 결과물을 실제로 배포하고(GitHub·Vercel), 화면(GUI) 대신 텍스트(CLI)로 Claude Code를 다루며 AI의 기억(Context)을 직접 관리하는 데까지 나아갔습니다.
후반에는 사용자 인터뷰(Mom Test)부터 페르소나·정보 구조·와이어프레임을 거쳐 도슨트 웹앱과 코칭 앱을 직접 기획하고 배포했습니다. 매주 그날 만든 것이 손에 남았기 때문에, 추상적인 강의가 실제로 해본 경험으로 바뀌었습니다.
중반부터는 결과물을 한 번 만들고 끝내지 않았습니다. 먼저 무엇이 잘된 결과인지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스스로 고쳐 쓰는 검증 Loop를 붙였습니다. 예를 들어 팀원들의 주간보고를 회의용 아젠다로 정리하는 Skill을 만들고 그것을 '이번 주에 회의가 필요한지, 어떤 안건만 남길지'까지 판단하는 Agent로 확장했습니다. 업무 노하우를 글로 명문화하고(Skill), 상황을 해석해 다음 행동을 정하는 판단 기준을 세우는(Agent) 이 과정이, 사실 AX를 한다는 말의 실체였습니다.
3. 진짜 전환은 'WHY'를 가르쳤을 때 일어났다
가장 큰 변화는 사용법이 아니라 원리를 다뤘을 때 왔습니다. Skill → Agent → Harness → Loop로 이어지는 개념을, 저는 모델의 한계에서부터 설명했습니다. LLM의 Attention은 선택적이라 분명히 가진 조건도 놓칠 수 있고 모델 안에는 진행 상태나 계획이 없으며 한번 잘못 들어간 정보는 그럴듯하게 뒤로 전파됩니다.
'정보가 Context 안에 있다'는 것과 '그 정보가 지금 판단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것은 다르다. 이 한 문장을 이해한 순간 참가자들의 질문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왜 검증을 Attention 밖으로 꺼내야 하는지, 왜 상태와 종료 조건을 모델 밖에서 관리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연결했습니다. 도구를 넘어 스스로 개선하는 시스템(Loop)을 설계하는 관점이 생겼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목표·상태·검증 기준·승인 여부를 모델 밖으로 꺼내 관리하는 Harness, 그리고 작업 로그를 쌓아 실패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다음 실행 규칙으로 반영하는 개선 Loop까지. AI에게 '검증을 잊지 마'라고 부탁하는 것과,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도록 구조로 강제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이 차이를 체감하면서 참가자들은 개인의 활용을 어떻게 조직의 시스템으로 확장할지, 즉 자가 개선으로 돌아가는 AI Native Company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8주 뒤
막막함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8주 뒤에는 각자 자기 계열사와 관심사의 문제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사내 업무를 하나로 잇는 AI 운영체제(AIOS),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할 일 관리(agentic todo), 웰니스 코칭 앱처럼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출발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첫날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와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계열사 사람들을 한 팀으로 묶은 것은 이 과정의 설계 의도였습니다. 한 계열사가 혼자서는 못 하는 것을, 계열사 사이의 데이터와 자산을 조합해 새 사업 기회로 풀어보는 방향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각자 자기 업무를 AI로 재구성할 줄 알아야 합니다. 8주는 그 근육을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중요한 변화는 태도였습니다. 팀을 이뤄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시장성이 부족하면 과감히 피벗하고 주장부터 내세우는 대신 문제와 해결 가설을 세워 근거를 찾았습니다. 자기가 만든 결과물이 제대로 됐는지 검증하는 gate keeper 에이전트를 어떻게 세울지까지 스스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사내 AX 리더 8주 집중과정은 도구를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라, 돌아가서 자기 조직을 바꿀 리더를 남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이들은 강사 없이도 각자의 파도를 탑니다. 저에게 이 8주의 성패는 참가자들이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돌아가서도 계속 만들 사람이 되었는가에 있었습니다. 그 점에서 이번 과정은 교육을 넘어선 전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