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티클 목록으로
인사이트2026-07-25

KPI를 다 채웠는데 조직이 그대로인 이유

Kimi K3를 만든 조직에는 KPI가 없습니다. 그 회사 CEO는 조직 관리를 설명하면서 경영 용어 대신 AI 학습 용어를 가져다 썼습니다.

BOAZ

지표를 지운 회사

2026년 7월, 중국 AI 기업 문샷 AI(Moonshot AI)가 Kimi K3를 공개했습니다. 300명 남짓한 조직이 만들어 냈는데, 이 회사에는 부서도 연차 등급도 직함도 없고 OKR과 KPI마저 두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결정적인 장면이 하나 지나갑니다. 2025년 2월, 이 회사의 월간 사용자는 3,600만에서 1,000만 아래로 떨어졌고 업계 순위도 2위에서 7위로 밀렸습니다. 전년까지만 해도 사용자를 늘리려 광고비를 쏟아붓고 있었습니다.

이 국면에서 창업자 양즈린(杨植麟)은 광고 집행을 멈추고 파생 제품군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분기 목표에서 '사용자 성장'이라는 항목을 아예 지웠습니다. 비기술 부서의 70%를 해산해 조직을 200명 수준까지 압축한 뒤, 172일간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습니다.

1년 뒤 이 회사는 연간 반복 매출 2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flowchart LR
    A["2024<br/>광고 집중 투입"] --> B["2025년 2월<br/>성장 지표 삭제"]
    B --> C["172일<br/>모델 능력에 집중"]
    C --> D["2026<br/>매출 2억 달러"]
    style A fill:#fef3c7,stroke:#f59e0b,color:#1f2937
    style B fill:#dbeafe,stroke:#3b82f6,color:#111827
    style C fill:#f3f4f6,stroke:#6b7280,color:#1f2937
    style D fill:#dcfce7,stroke:#22c55e,color:#111827

지표가 나빠지자 그는 팀을 다그치지도, 실행 강도를 높이지도 않았습니다. 지표 자체를 건드렸습니다.


근거의 범위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인용의 성격을 먼저 밝힙니다.

조직 관리에 대한 양즈린의 발언은 대부분 중국 비즈니스 저널리스트 장샤오쥔(张小珺)과의 장시간 대담에서 나왔습니다. 이 대담은 오디오와 영상으로만 유통되며 공식 축어 기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 옮긴 관리 관련 발언은 대담을 정리한 중국어 기사와 그 영어 번역본을 교차 확인해 실었습니다.

반면 조직 구조와 채용 원칙에 대한 발언은 2024년 텐센트 《잠망경》과 긱파크 인터뷰의 문답 전문에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두 종류의 출처가 섞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합니다.


그가 조직을 설명한 언어

양즈린은 팀 관리를 설명하면서 경영 용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을 학습시키는 두 방법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지도 미세조정(SFT)은 정답을 하나씩 보여주며 가르칩니다. 강화학습(RL)은 목표와 보상만 걸어 두고 경로는 모델이 알아서 찾게 둡니다. 그는 이 둘을 사람 관리에 그대로 겹쳐 놓습니다.

"지도 미세조정은 손 잡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장점은 가지런해진다는 것이고, 단점은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강화학습은 목표와 보상을 주고 중간 경로는 스스로 더듬게 하는 것입니다. 장점은 창의성이 나온다는 것이고, 단점은 허점을 파고들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 비유가 쓸모 있는 까닭은 새로워서가 아닙니다. 위임과 통제라는 해묵은 딜레마를 각각이 실패하는 방식까지 묶어 정확히 반으로 갈라 놓기 때문입니다.

%%{init: {"flowchart": {"subGraphTitleMargin": {"top": 12, "bottom": 12}}}}%%
flowchart LR
    subgraph SFT["지도 미세조정형 관리"]
        direction TB
        S1["정답과 절차를 지시"] --> S2["산출물이 가지런해진다"]
        S2 --> S3["실패 모드<br/>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된다"]
    end
    subgraph RL["강화학습형 관리"]
        direction TB
        R1["목표와 보상만 설정"] --> R2["경로는 각자 탐색한다"]
        R2 --> R3["실패 모드<br/>보상의 허점을 파고든다"]
    end
    SFT -.- RL
    style SFT fill:#fef3c7,stroke:#f59e0b,color:#1f2937
    style S1 fill:#fffbeb,stroke:#f59e0b,color:#1f2937
    style S2 fill:#fffbeb,stroke:#f59e0b,color:#1f2937
    style S3 fill:#fde68a,stroke:#f59e0b,color:#111827
    style RL fill:#dbeafe,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R1 fill:#eff6ff,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R2 fill:#eff6ff,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R3 fill:#bfdbfe,stroke:#3b82f6,color:#111827

정작 이 관점을 밀어붙이는 쪽은 그가 아닙니다. 공동창업자 저우신위(周昕宇)가 매일같이 "지도 미세조정이 아니라 강화학습 방식으로 관리하라"고 말한다고 그는 전합니다. 양즈린 본인은 오히려 양쪽의 위험을 나란히 놓고 저울질하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인사가 매일 겪던 문제에 붙은 이름

그렇다면 강화학습식으로 관리할 때는 무엇이 잘못되는가. 그는 보상 해킹(reward hacking)을 꼽습니다.

"목표를 단순하게 설정하면, 예컨대 모든 평가 점수를 끌어올리라고 하면, 다들 수단을 가리지 않고 지표에 과적합하려 듭니다. 점수는 올라가지만 모델 자체가 정말로 더 좋아진 것은 아닙니다."

모델을 다뤄 본 쪽에서는 이런 실패를 익숙하게 겪습니다. 평가 항목에만 맞춰진 모델은 시험지에서 강하고 정작 실제로 쓸 때 약합니다. 지표만 올라가고 능력은 제자리에 머뭅니다.

이 문장을 인사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평가 항목 달성률은 100%인데 조직은 작년과 달라지지 않습니다. 많은 인사 담당자가 이름을 붙이지 못한 채 겪어 왔습니다.

설정한 지표 실제로 최적화되는 것 남는 손실
채용 인원 목표 기준을 낮춰 머릿수를 맞춘다 인재 밀도가 내려간다
교육 이수율 영상을 틀어 두고 진도만 채운다 역량은 그대로다
사용자 수 성장 비용을 태워 유입을 만든다 제품 실질은 개선되지 않는다
자동화 과제 건수 쉬운 업무부터 골라 숫자를 만든다 병목 업무는 그대로 남는다
평가 등급 분포 분포에 맞춰 등급을 배분한다 실제 기여와 보상이 어긋난다

여기서 나오는 진단이 이 글의 뼈대를 이룹니다. 목표를 다 달성했는데도 조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실행력이나 태도를 의심할 자리가 아닙니다. 보상 설계를 의심해야 합니다.


왜 지시로는 통제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위험한 자율 대신 촘촘한 지시로 돌아가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양즈린은 그것이 애초에 선택지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의 전제는 조직론이 아니라 생산 방식에서 출발합니다.

"조직이 기술에 맞춰져야 합니다. 기술이 생산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이고, 맞지 않으면 유효한 산출이 나오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설계한 다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그 순서가 뒤집혔습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설계가 완성됩니다. 무엇을 만들지가 만들어 보기 전에 정해지지 않는다면, 상세한 지시를 미리 내리는 일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init: {"flowchart": {"subGraphTitleMargin": {"top": 12, "bottom": 12}}}}%%
flowchart LR
    subgraph OLD["설계한 뒤 만드는 일"]
        direction TB
        O1["요구사항 정의"] --> O2["설계 확정"]
        O2 --> O3["제조"]
        O3 --> O4["상세 지시가 성립한다"]
    end
    subgraph NEW["만들면서 설계가 정해지는 일"]
        direction TB
        N1["일단 만들어 본다"] --> N2["관찰하고 고친다"]
        N2 --> N3["설계가 뒤늦게 확정된다"]
        N3 --> N4["상세 지시가 성립하지 않는다"]
    end
    OLD -.- NEW
    style OLD fill:#f3f4f6,stroke:#6b7280,color:#1f2937
    style O1 fill:#f9fafb,stroke:#6b7280,color:#1f2937
    style O2 fill:#f9fafb,stroke:#6b7280,color:#1f2937
    style O3 fill:#f9fafb,stroke:#6b7280,color:#1f2937
    style O4 fill:#e5e7eb,stroke:#6b7280,color:#111827
    style NEW fill:#dbeafe,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N1 fill:#eff6ff,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N2 fill:#eff6ff,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N3 fill:#eff6ff,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N4 fill:#bfdbfe,stroke:#3b82f6,color:#111827

그는 구글을 반증으로 듭니다. 구글 브레인은 당시 업계 최대 규모의 연구 조직이었지만, 결국 연구 조직을 대기업 안에 꽂아 넣은 형태에 머물렀습니다.

"이런 조직은 새로운 아이디어는 탐색할 수 있어도 위대한 시스템은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트랜스포머는 낳을 수 있어도 ChatGPT는 낳지 못합니다."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더 직접적으로 말합니다. "낡은 문화 안에서 새 조직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 난이도가 매우 큽니다."

AI 전환을 기존 조직도 위에 전담 부서 하나로 얹는 접근이 자주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새 생산 방식은 새 관리 방식을 요구하는데, 그 관리 방식은 인사 제도에 박혀 있습니다.


그가 실제로 쓴 네 가지 장치

보상 해킹을 막겠다고 그가 지표를 늘리지는 않았습니다. 확인되는 장치는 네 가지로 추려집니다.

  • 보상 정의를 위임하지 않는다 — "보상의 정의가 매우 중요하고, 구체적 디테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아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실무 디테일을 모르는 사람이 설계한 지표는 반드시 뚫립니다.
  • 중간 변수와 최종 변수를 분리한다 — 벤치마크 점수, 논문 실적, 투자 유치 스토리는 모두 중간 변수에 그칩니다. 끝에 가면 만든 것이 실제로 쓰이느냐만 남습니다.
  • 오염된 지표는 고치지 말고 삭제한다 — 2025년에 '사용자 성장'을 분기 목표에서 걷어낸 결정이 여기 해당합니다. 가중치를 낮추거나 보조 지표를 덧붙이지 않았습니다.
  • 아래에서 올라온 신호를 증폭한다 — 2025년 초 사내 반성 자리에서 한 연구원이 제안을 냈고, 그는 원래 제안보다 더 급진적인 형태로 밀어붙였습니다.
%%{init: {"flowchart": {"subGraphTitleMargin": {"top": 12, "bottom": 12}, "rankSpacing": 28}}}%%
flowchart LR
    RISK["보상 해킹<br/>지표는 오르고<br/>실질은 그대로"]
    subgraph GUARD["방어 장치"]
        direction TB
        G1["보상 정의<br/>직접 설계"]
        G2["중간·최종<br/>변수 분리"]
        G3["오염된 지표<br/>삭제"]
        G4["현장 신호<br/>증폭"]
        G1 ~~~ G2 ~~~ G3 ~~~ G4
    end
    OUT["조직의<br/>보상 모델"]
    RISK --> GUARD --> OUT
    style RISK fill:#fee2e2,stroke:#ef4444,color:#111827
    style GUARD fill:#dbeafe,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G1 fill:#eff6ff,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G2 fill:#eff6ff,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G3 fill:#eff6ff,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G4 fill:#eff6ff,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OUT fill:#dcfce7,stroke:#22c55e,color:#111827

네 번째 장치를 특히 자주 오해합니다. 자율성 중심 관리라고 하면 리더가 개입을 참는 그림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아래에서 올라온 신호를 골라 증폭하는 일이 남습니다. 강화학습에서 좋은 탐색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과 같은 자리에 놓입니다.

장치가 하나 더 붙습니다. 그는 기술팀과 제품팀을 잇는 접점으로 모델 평가 체계를 제도화했습니다. 두 조직이 서로 다른 언어로 다투는 대신 같은 평가 위에서 대화하게 만들었습니다. 조직으로 옮겨 놓으면 이 평가 체계가 곧 보상 모델 노릇을 합니다.


자율이 감당하지 못하는 자리

이 방식을 모범 사례로 옮겨 적기 전에 함께 봐야 할 기록이 있습니다.

직급도 목표 관리 체계도 없는 조직의 부작용을 이 회사를 취재한 기사가 그대로 적어 두었습니다. 하향식 목표와 평가 지표가 없으니 "어떤 아침에는 출근해서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고, 아무도 먼저 성과가 어떤지 말해 주지 않는다"고 한 구성원이 털어놓습니다.

양즈린 자신도 지시 방식을 다시 집어넣습니다. 성장 조직을 새로 세울 때 그는 텐센트에서 임원을 영입해 팀에게 체계적인 방법론을 직접 가르치게 했습니다. 조직에 없는 사전 지식은 자율 탐색만으로 생기지 않으니, 밖에서 사람을 데려와 가르치는 편이 빠릅니다.

균형에 대한 그의 자기 평가는 짧습니다.

"오늘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했습니다."

이 사례에서 가장 믿음이 가는 대목이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그는 완성된 제도를 내놓는 대신 아직 풀고 있는 설계 문제를 보여 줍니다.


인재 밀도라는 말의 오해

조직 규모에 대한 그의 입장은 인사 상식과 정면으로 어긋납니다.

인력 유출설이 돌던 2025년, 그는 이를 부인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능동적으로 사업을 덜어냈고, 팀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팀 확대가 혁신에 치명적 손상을 준다고 봅니다." 2026년 인터뷰에서도 같은 말을 되풀이합니다. "이 대규모 모델 스타트업들 중에서 우리는 항상 인원이 가장 적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시점 규모 채용 기준
2023년 3월 창업 5인 함께 연구하던 사람
2023년 하반기 30~40명 초대규모 모델을 직접 다뤄 본 소수
2024년 3월 80명 제품·운영 인력과 리더형 인물 보강
2025년 약 200명으로 압축 비기술 부서 축소, 기술 비중 상향
2026년 300명 이상 학습과 언러닝 능력, 안목

채용 기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초기에는 초대규모 모델을 직접 다뤄 본 소수만 찾았고, 그 기준은 통했지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가장 초기에는 천재를 뽑았습니다. 회사의 상한은 사람의 상한이 결정한다고 봤으니까요. 하지만 이후 더 많은 차원의 사람을 보강했습니다. 제품과 운영 쪽 사람, 리더형 인물, 일을 극한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

가장 인용할 만한 기준은 따로 있습니다. 그는 학습 능력을 범용 역량으로 보면서 거기에 배운 것을 버리는 능력까지 끌어들입니다.

"학습 능력에는 배우는 것뿐 아니라 잊는 것이 포함됩니다. 특히 과거의 성공 경험을 잊는 것입니다. 잊을 줄 아는 사람이 최고의 인재입니다."

같은 회사를 취재한 기사는 이 기준을 채용 실무의 언어로 옮겨 놓았습니다. 산업이 너무 빠르게 바뀌어서 "풍부한 경험과 화려한 이력서가 오히려 부채가 될 수 있다"고 정리합니다. 경력 연차를 역량의 대리 지표로 삼아 온 관행이 여기서 가장 먼저 흔들립니다.


마치며

모델을 학습시키는 원리와 조직을 설계하는 원리가 같은 것이라면, AI 전환은 정보 시스템 도입 과제에서 조직 설계 과제로 넘어갑니다. 도구를 먼저 넣고 제도를 나중에 손보는 순서로는 여기까지 닿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300명 무직급 모델을 그대로 옮겨 쓸 수는 없습니다. 그 구조는 초기 단계 연구 회사라는 조건 위에서만 성립합니다.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진단 한 줄입니다.

지표를 다 달성했는데 조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바꿔야 할 것은 사람이 아니라 지표입니다.

시작은 한 가지면 충분합니다. 지금 운영 중인 평가 지표를 훑어 달성해도 조직이 나아지지 않는 항목 하나를 찾아 보는 데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그런 항목이 하나라도 걸린다면, 보완할 대상이 아니라 삭제 후보로 올려 두는 편이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