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는 어떤 순서로 확산되는가
AX는 금융에서 시작해 산업 순서대로 퍼지지 않습니다. 글로벌 도입 데이터와 국내 사례로 2030년까지의 여덟 단계 확산 순서, 순서를 결정하는 네 가지 영향력, 다섯 개의 변곡점을 정리했습니다.
BOAZ
금융이 먼저 움직이는 이유
2026년 6월 금융위원회는 2013년부터 13년간 유지해 온 망분리 규제를 전면 해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 달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이 시행됐고, 하나은행을 비롯한 20개 금융사는 외부 생성형 AI를 내부망에서 쓸 수 있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습니다. 금융권 AX가 뉴스가 될 때마다 다른 산업의 경영진은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우리 산업에는 언제 오는가입니다.
금융권의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는 금융이 가장 AI 친화적인 산업이어서가 아닙니다. 도입률만 보면 첫 주자는 금융이 아니라 IT입니다. McKinsey 조사에서 테크 섹터의 AI 사용률은 이미 90%를 넘었고, 국내에서도 통신 3사와 SI 업계가 조직 개편까지 마치며 가장 앞서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장이 금융을 주목하는 이유는, 보안·망분리·설명가능성·소비자 보호 규제가 가장 강한 산업에서 제도가 먼저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망분리는 2013년 3.20 전산망 마비 사태가 만든 규제인데, 이것을 걷어내는 명분이 다시 AI였습니다. 규제가 가장 강한 곳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는 표준이 만들어지면, 다른 규제 산업은 그 표준을 그대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AX는 금융에서 시작해 산업 순서대로 퍼지기보다, 대기업의 공통 사무업무에서 시작해 산업별 핵심업무로, 다시 공급망과 중견기업으로, 마지막에 중소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글에서는 2030년까지 예상되는 여덟 단계의 확산 순서와 그 순서를 만드는 네 가지 영향력을 정리하고, 확산을 결정하는 두 개의 축인 직무와 변곡점, 그리고 확산이 뒤로 간 반례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순서를 결정하는 네 가지 영향력
산업별 도입 데이터를 모아 보면 확산 순서는 대체로 네 가지 영향력으로 설명됩니다.
첫째는 지식노동의 비중입니다. 미국 센서스 데이터를 분석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산업의 평균 임금이 높을수록 AI 도입률이 높습니다. 정보, 금융·보험, 전문서비스가 선두이고 소매·숙박·음식업이 가장 늦습니다.
둘째는 데이터의 디지털화 수준입니다. 수십 년 전산화를 거친 금융이 유리한 이유이고, 기업 지식의 80%가 비정형 데이터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나머지 산업의 과제입니다.
셋째는 규제와 오류 비용입니다. 잘못된 판단의 비용이 큰 산업일수록 도입은 늦어집니다. 다만 이 브레이크에는 역설이 있습니다. Goldman Sachs의 과업 분석에서 AI 자동화 노출도가 가장 높은 직군은 사무행정(46%)과 법률(44%)이었고, 건설 현장직(6%)이 가장 낮았습니다. 규제로 눌린 산업일수록 문서와 지식 중심이라 잠재 가치는 가장 큽니다. 규제가 풀리는 순간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넷째는 경쟁 압력입니다. 기업의 도입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경쟁사의 도입 여부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신한금융이 전 그룹사 '1부서 1에이전트'를 발표하자 우리은행이 하반기 에이전트 도입을 발표한 것처럼, 산업 내 1위가 움직이면 도미노가 시작됩니다.
앞의 두 영향력이 액셀이고 규제가 브레이크이며, 경쟁이 방아쇠입니다. 이 조합이 아래 여덟 단계를 만듭니다.
여덟 단계의 확산 순서
제가 예상하는 확산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단계 | 대상 | 시기 | 확산의 조건 |
|---|---|---|---|
| 1 | 금융·IT·전문서비스 | 2025~2027 | 문서·지식·규칙 중심의 업무 구성 |
| 2 | 대기업 전사 공통업무 | 2026~2028 | 모든 대기업에 존재하는 공통 직무 |
| 3 | 제조·자동차·전자·조선 | 2026~2029 | 문서 업무를 지나 생산시스템 연동까지 |
| 4 | 방산·에너지·반도체 등 전략산업 | 2026~2030 | 폐쇄망·온프레미스 구축 |
| 5 | 유통·물류·건설·프랜차이즈 | 2026~2030 | 업무 하나를 끝까지 수행하는 버티컬 에이전트 |
| 6 | 의료·제약·바이오 | 2026~2030 | 저위험 업무부터, 의료진 검토 전제 |
| 7 | 공공기관 | 2027~2031 | 책임 구조 확립과 조달 개방 |
| 8 | 중견·중소기업 | 2028년 이후 | 원청 대기업의 공급망 요구 |
연도가 과거 기술 물결보다 촘촘하게 겹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출시 3년 만에 인구 절반이 쓰는 기술이 됐고, 미국 CCIA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채택 속도를 추월한 역사상 가장 빨리 확산된 기술로 기록했습니다. 클라우드에서 10년 걸렸던 산업 간 순번이 이번에는 2~3년 안에 압축되고 있습니다.
다만 위 연도는 각 산업에서 확산이 본격화되는 시점이지 전환이 끝나는 시점이 아닙니다. Accenture와 카네기멜론대의 2026년 성숙도 조사에서 AI 투자로 실질 수익을 내는 조직은 5%, AI를 전사 전략에 내재화해 확장 중인 조직은 8%에 그쳤습니다. 도입은 역사상 가장 빠르고 전환은 여전히 소수만 성공합니다. 이 이중 속도가 이번 물결의 특징입니다.
1단계: 금융·IT·전문서비스 (2025~2027)
가장 먼저 본격화되는 곳은 은행·보험·증권·카드, IT·소프트웨어·통신, 그리고 컨설팅·회계·법무·광고 같은 전문서비스입니다. 공통점은 업무의 상당 부분이 문서, 지식, 규칙, 분석,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그룹 안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반 발 앞선 것은 IT와 통신입니다. 자기가 팔 물건을 먼저 쓰는 공급자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KT는 AX 플랫폼 기업 전환을 선언하며 임원을 30% 줄였고, SK C&C는 사명을 SK AX로 바꾸며 CAIO를 신설했고, LG CNS는 앤트로픽과 그룹 전체에 적용되는 클로드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들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 단계의 전파자이기 때문입니다. KT의 금융 AX 수주는 1년 새 250% 늘었고, LG CNS는 그룹 내부 표준화를 마친 뒤 외부 기업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확산이 산업에서 산업으로 건너가는 통로가 이 벤더들입니다.
금융은 지금 이 단계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2025년까지는 내부 업무가 중심이었습니다. 하나은행의 직원용 지식챗봇, 산업은행의 전 직원 KDB GPT, 농협은행의 회의록 자동화가 그 예입니다. 2026년 들어서는 고객 접점과 에이전트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AI 서비스는 누적 이용자 300만 명을 넘었고, KB국민은행의 PB·RM 에이전트는 대상 직원 활용률이 90%에 이르며, 신한금융은 전 그룹사에 1부서 1에이전트를 추진합니다. 글로벌 집계에서도 AI 에이전트를 실제 운영 환경까지 올린 비율은 은행·보험이 전 산업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됩니다.
이 단계에서 AI는 아직 최종 의사결정자가 아닙니다. 금융위 가이드라인도 최종 의사결정과 책임은 임직원에게 있다고 못 박았습니다. 사람이 판단하고 AI가 준비하는 구조가 중심입니다.
전문서비스는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개인의 사용과 조직의 도입 사이 격차가 가장 큰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북미 법률 시장 조사에서 변호사 개인의 69%가 업무에 생성형 AI를 쓰지만, 로펌 차원에서 법률 특화 AI를 도입한 곳은 34%에 그쳤습니다. 국내도 세종이 하비(Harvey)를 도입하고 율촌이 자체 리걸 AI를 구축하는 등 대형 로펌 중심의 초기 단계입니다. 1단계에 들어와 있는 것은 개인의 도구 사용이고, 조직 차원의 전환은 금융보다 늦게 진행됩니다.
2단계: 대기업 전사 공통업무 (2026~2028)
다음은 특정 산업이 아니라 모든 대기업에 존재하는 공통업무로 퍼집니다. 경영기획, 인사, 재무·회계, 구매, 법무, 영업, 마케팅, 개발, 고객지원입니다.
삼성전자는 2026년 6월 챗GPT·제미나이·클로드 같은 외부 생성형 AI를 업무에 전면 도입하면서, 이를 도구 제공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실행 속도를 바꾸는 출발점으로 규정했습니다. LG전자도 공통업무에서 시작해 영업·마케팅·SCM 같은 전문업무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때 대부분의 회사는 같은 순서를 밟습니다.
flowchart TB
A["1. 임직원용 AI 제공<br/>전 직원에게 생성형 AI 계정을 배포한다"] --> B["2. 사내 문서 연결<br/>AI가 회사 문서·규정을 검색해 답한다"]
B --> C["3. 직무별 에이전트 제작<br/>영업·재무 등 직무 단위 에이전트를 만든다"]
C --> D["4. 업무 시스템 연동<br/>에이전트가 ERP·그룹웨어를 읽고 쓴다"]
D --> E["5.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br/>AI 전제로 업무 흐름을 다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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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B fill:#dbeafe,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C fill:#dbeafe,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D fill:#dbeafe,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E fill:#dcfce7,stroke:#22c55e,color:#111827
여기까지가 현재 많은 기업이 말하는 AX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AI 사용의 확산이지, 아직 기업의 전환은 아닙니다. Deloitte의 2026년 조사에서 AI로 핵심 프로세스와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기 시작했다고 답한 조직은 34%였고, 기존 프로세스를 거의 바꾸지 않은 채 AI를 쓰는 조직이 37%였습니다. BCG 조사에서도 정기 사용자의 42%가 주 8시간을 절약한다고 답했지만, 대다수 조직은 그 시간을 실제 성과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도구는 퍼졌지만 일하는 방식은 아직 그대로라는 의미입니다.
3단계: 제조·자동차·전자·조선 (2026~2029)
제조업은 늦게 오는 산업이 아니라, 선두와 평균의 격차가 가장 큰 채로 확산이 진행되는 산업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연구원의 500개사 조사에서 제조업의 AI 실제 업무 도입률은 23.8%로 서비스업(53%)의 절반에 못 미쳤습니다. 그런데 선두는 이미 멀리 가 있습니다. 삼성은 전 계열사에 생성형 AI를 도입했고, 포스코DX는 AI 네이티브 기업을 선언하며 113종의 AI 직원을 배치하고 1인 N에이전트 체제를 추진합니다. Deloitte는 제조업의 에이전틱 AI 도입이 2026년 한 해 동안 6%에서 24%로 4배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제조업에서는 사무직 AI만으로 끝나지 않고, 확산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됩니다.
1차 확산은 문서 기반 업무입니다. 설계 문서 검색, 품질 보고서 작성, 불량 원인 분석, 설비 매뉴얼 질의 같은 업무가 먼저 바뀝니다. 2차 확산에서 AI가 실제 생산시스템으로 들어갑니다. MES·ERP·PLM 연동, 비전 검사, 예지보전, 생산 조건 최적화, 디지털 트윈입니다.
%%{init: {"flowchart": {"subGraphTitleMargin": {"top": 12, "bottom": 12}}}}%%
flowchart TB
subgraph W1["1차 확산 · 문서 기반 업무"]
direction TB
W1A["설계 문서 검색<br/>설비 매뉴얼 질의"]
W1B["품질 보고서 작성<br/>불량 원인 분석"]
W1C["생산계획 수립<br/>구매·SCM 분석"]
end
subgraph W2["2차 확산 · 생산시스템 진입"]
direction TB
W2A["MES·ERP·PLM 연동"]
W2B["비전 검사 · 예지보전"]
W2C["생산 조건 최적화 · 디지털 트윈"]
end
W1 --> 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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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W1B fill:#fef3c7,stroke:#f59e0b,color:#1f2937
style W1C fill:#fef3c7,stroke:#f59e0b,color:#1f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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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W2B fill:#dbeafe,stroke:#3b82f6,color:#1f2937
style W2C fill:#dbeafe,stroke:#3b82f6,color:#1f2937
LG디스플레이는 개발·생산·사무 전 영역으로 AX를 확대하며 3년 내 생산성 30% 향상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제조 AX의 핵심은 챗봇이 아니라, 사람이 시스템을 조회하고 판단하던 운영 루프를 AI가 함께 수행하는 것입니다.
금융이 규칙과 문서를 AI에 연결하는 산업이라면, 제조는 문서·데이터·설비·현장 행위까지 연결해야 하는 산업입니다. 그래서 전환 난이도는 높지만, 성공했을 때의 경제적 효과는 훨씬 큽니다.
4단계: 방산·에너지·반도체 등 전략산업 (2026~2030)
그다음은 보안과 기술 유출 우려가 강한 산업입니다. 방산, 원자력·에너지, 반도체, 조선, 항공우주, 통신 인프라가 여기에 속합니다. 이 산업들은 클라우드 SaaS를 직원에게 바로 배포하는 방식으로는 확산되기 어렵습니다. 대신 인프라 구축이 먼저 옵니다. 한화가 경남 창원에 국방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 그 예입니다.
이 산업들에서는 폐쇄망 LLM에서 시작해 내부 문서 검색 증강(RAG), 직무별 에이전트, ERP·MES·PLM 연동, 현장 실행 에이전트로 이어지는 구축 순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온프레미스 AI, 프라이빗 클라우드, 소버린 AI, 경량 모델, AI 보안·감사 시스템 시장이 커집니다.
한국의 AI 기본법도 금융·의료·교통·원자력 안전 등의 AI를 고영향 영역으로 보고 인간의 감독과 관리 의무를 강조합니다. 규제 산업에서는 성능만큼 통제와 책임 구조가 구매 조건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 영역에서는 범용 AI 도구 판매보다, 인프라·모델·보안·업무설계·현업 개념 증명(PoC)·운영 거버넌스를 묶은 패키지가 경쟁력을 갖습니다.
5단계: 유통·물류·건설·프랜차이즈 (2026~2030)
이 산업들은 전산화 수준이 높지만, 회사와 현장에 따라 데이터 품질의 편차가 큽니다. 선언은 이미 2026년에 시작됐습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AX를 그룹 생존이 걸린 최우선 과제로 규정하고, 전 임직원 대상 AI 에이전트 실무교육과 채용·평가 기준 반영까지 내걸었습니다. CJ대한통운은 국내 물류업계 최초로 AI 휴머노이드 로봇을 풀필먼트센터에서 실증했고 2026년부터 주요 물류센터로 확대합니다.
다만 선언과 실행의 괴리도 이 단계에서 가장 큽니다. 건설업계는 AI·스마트건설 구호가 확산되는 동안 R&D 투자가 오히려 11% 줄었습니다. 현대건설이 스타트업 12개사와 파일럿을 진행하는 수준으로, 아직 기술 전환의 초입입니다.
적용은 대체로 수요예측, 재고·발주, 매장 운영, 견적·입찰, 현장 보고, 공정·안전관리, 배차·경로 최적화 순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여기서는 거대한 범용 플랫폼보다 업무 하나를 끝까지 수행하는 버티컬 에이전트가 먼저 확산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설이라면 사내 챗봇보다, 도면과 시방서를 확인하고 현장 사진을 분석해 공정 지연을 판단한 뒤 보고서를 작성하고 협력사에 조치를 요청하는 에이전트의 가치가 큽니다.
즉 이 단계부터 AX 시장은 범용 솔루션 시장에서 산업별 운영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바뀝니다.
6단계: 의료·제약·바이오 (2026~2030)
의료·제약을 늦은 산업으로 분류하는 것은 이제 절반만 맞습니다. 글로벌 데이터는 오히려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McKinsey 조사에서 AI 에이전트 활용이 가장 널리 보고된 섹터는 테크·미디어·통신과 헬스케어였고, Menlo Ventures 집계에서 2025년 산업특화 AI 투자 35억 달러를 주도한 것도 헬스케어였습니다. 미국 FDA의 AI 의료기기 승인이 2024년 91건에서 2025년 178건으로 늘었다는 집계도 있습니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신중한 이유는 잠재력이 아니라 제도의 시차입니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의 의료 AI 윤리·책임 가이드라인이 2026년에야 나왔습니다. 금융이 밟은 규제 정비의 길을 1~2년 늦게 따라가는 셈입니다.
먼저 확산되는 것은 의무기록 요약, 상담·예약, 보험 청구, 연구 문헌 분석, 임상시험 문서 같은 저위험 업무입니다. 검증 체계가 갖춰진 뒤에야 진단 지원, 치료계획, 신약개발 같은 고위험 업무로 들어갑니다. 잘못된 결과의 비용이 높기 때문에, 완전 자율형 에이전트보다 의료진 검토를 전제로 한 보조 시스템이 오랫동안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7단계: 공공기관 (2027~2031)
공공부문은 제도가 먼저 오고 실행이 나중에 옵니다. AI 기본법이 2026년 1월 시행됐고, 공공부문 AI 도입 가이드라인이 나왔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도 AI 활용이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데이터에서 공공은 일관되게 최후발입니다. 전 세계 공무원의 70% 이상이 이미 AI를 쓰지만 정부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8%에 그쳤고, AI 에이전트를 운영 환경까지 올린 비율도 정부가 가장 낮습니다.
초기 적용은 민원 분류와 답변 초안, 공문서 작성, 법령 검색, 조달·계약 검토입니다.
공공 AX가 늦어지는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책임 구조입니다. AI가 잘못 판단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행정 결정의 근거를 어떻게 남기는가, 국민 데이터를 외부 모델에 보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내부 생산성 도구에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중앙정부와 대형 공공기관이 표준을 만들면 산하기관으로 한꺼번에 확산될 수 있습니다. 시작은 느리지만 조달이 열리면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영역입니다.
8단계: 중견·중소기업 (2028년 이후)
중소기업이 늦는 것은 필요성이 낮아서가 아닙니다. 사람 부족이 심하기 때문에 AI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 높습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정리할 인력이 없고, 어떤 업무부터 바꿀지 설계할 사람이 없고, 구축·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소기업 AX는 자체 구축보다 ERP·그룹웨어에 기본 탑재된 AI, 업종별 에이전트 구독, 정부 지원사업, 그리고 원청 대기업의 공급망 요구를 통해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제조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품질·납기·보고 시스템을 AI 기반으로 바꾸면서 따라가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 확산의 동력은 혁신 의지가 아니라 공급망 압력입니다.
다만 이 단계에는 과거 물결에 없던 위험이 있습니다. 확산이 후발주자가 선두를 따라잡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데이터에서 대기업 도입률이 2년 새 4%에서 12%로 뛰는 동안 소기업은 8%에 머물렀고, OECD 분석에서도 기업 간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벌어지는 패턴이 확인됩니다. ILO는 후발 영역의 사무직 일자리가 전환 기회를 얻기 전에 AI로 대체되는 화이트칼라 우회를 경고합니다. 공급망 압력이 닿지 않는 기업은 늦게 오는 것이 아니라, 영영 못 넘어올 수 있습니다.
확산은 일방통행이 아닙니다
이 로드맵에서 빠진 산업이 하나 있습니다. 교육입니다. 원래라면 공공과 함께 후반 단계에 놓였을 이 산업은 지금 앞으로 가는 대신 뒤로 가고 있습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전국 일괄 도입으로 시작했지만 10일 이상 사용한 학생이 8.1%에 그쳤고, 교육부는 결국 명칭을 AI 교육자료로 바꾸며 학교 자율 선택으로 정책을 되돌렸습니다. 기술도 예산도 아닌, 최종 사용자인 교사와 학생의 수용성을 건너뛴 하향식 도입이 만든 결과입니다.
각 단계 안에서도 같은 출렁임이 반복될 것입니다. Gartner는 2026년 말까지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비용 급증과 불분명한 비즈니스 가치 때문에 취소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선언, 환멸, 재정착의 사이클입니다. 확산 순서가 위 표대로 진행되더라도 각 단계 안에서는 옥석 가리기가 함께 진행됩니다. 로드맵을 우상향 직선으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확산은 산업보다 직무를 따라갑니다
산업별 순서는 시장 전체를 보는 데 유용하지만, 한 조직 안에서의 확산은 산업이 아니라 직무를 따라갑니다. McKinsey는 생성형 AI가 만드는 가치의 75%가 고객 운영, 마케팅·영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R&D 네 개 기능에 집중된다고 추정했습니다. 어느 산업이든 이 기능들이 교두보가 됩니다. OpenAI의 2026년 기업 사용자 분석에서는 직무 특화 요청의 43.5%가 사용자의 원래 직무 밖 업무였습니다. 확산은 산업 경계만이 아니라 직무 경계도 넘습니다.
조직 안에서는 개인의 생산성 도구에서 시작해 기업 간 네트워크까지 여섯 단계로 올라갑니다.
flowchart TB
J1["1. 개인 생산성<br/>개인이 검색·요약·글쓰기·코딩에 AI를 쓴다"]
J2["2. 직무 생산성<br/>영업 제안서·채용·재무 분석 등 직무별 에이전트를 쓴다"]
J3["3. 팀 워크플로우<br/>에이전트가 데이터 조회·문서 작성·결재 요청·시스템 입력을 수행한다"]
J4["4. 전사 프로세스<br/>부서 간 업무 인계·규칙 기반 의사결정·예외 처리를 AI와 함께 수행한다"]
J5["5. 산업 운영체계<br/>금융의 여신·심사, 제조의 생산·품질, 물류의 재고·배송에 AI가 들어간다"]
J6["6. 기업 간 에이전트 네트워크<br/>발주사·공급사·물류·금융 에이전트가 거래를 수행한다"]
J1 --> J2 --> J3 --> J4 --> J5 --> J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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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J2 fill:#f3f4f6,stroke:#6b7280,color:#1f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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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단계에서는 한 회사 안의 AX를 넘어갑니다. 발주사 에이전트가 주문하면 공급사 에이전트가 생산계획을 세우고, 물류 에이전트가 배송을 잡고, 금융 에이전트가 결제와 신용관리를 처리합니다. 이때부터는 기업이 AI를 사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 구조 자체가 에이전트 중심으로 바뀝니다.
확산을 결정하는 다섯 개의 변곡점
AX의 변곡점은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조직의 결정입니다.
첫 번째 변곡점은 도구의 전면 배포입니다. 전 직원이 생성형 AI를 쓰게 됩니다. 두 번째는 사내 데이터 연결로, AI가 회사의 문서·규정·고객·제품을 이해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시스템 실행 권한입니다. AI가 ERP·CRM·그룹웨어·MES에 읽기·쓰기 권한을 갖습니다.
네 번째는 업무 재설계로, 사람이 하던 절차를 그대로 자동화하는 대신 AI가 있다는 전제에서 업무 흐름 자체를 다시 만듭니다. 다섯 번째는 조직과 인력 구조의 변화입니다. 직무 정의, 인원 배치, 평가 기준, 권한과 책임이 바뀝니다. 다섯 번째 변곡점이 가장 먼저 온 산업에서는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내 5대 은행의 2025년 희망퇴직은 2,470명으로 전년보다 24% 늘어 4년 만의 최대였습니다.
flowchart TB
P1["1. 도구의 전면 배포<br/>전 직원이 생성형 AI를 쓴다"] --> P2["2. 사내 데이터 연결<br/>AI가 회사의 문서·규정·고객 정보를 이해한다"]
P2 --> P3["3. 시스템 실행 권한<br/>AI가 ERP·CRM·그룹웨어에 읽기·쓰기 권한을 갖는다"]
P3 --> P4["4. 업무 재설계<br/>AI가 있다는 전제로 사람이 업무 흐름을 다시 만든다"]
P4 --> P5["5. 조직·인력 구조 변화<br/>직무 정의·인원 배치·평가 기준이 바뀐다"]
NOW["대부분의 기업이 있는 구간"] -.-> P1
NOW -.-> P2
LEAD["금융권 일부 · 선도 대기업"]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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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기업은 현재 첫 번째와 두 번째 변곡점 사이에 있습니다. 금융권 일부와 선도 대기업이 세 번째 단계로 이동하고 있으며, 진짜 AX 경쟁은 네 번째 변곡점인 업무 재설계에서 벌어집니다. McKinsey의 2025년 글로벌 조사에서 조직의 88%가 AI를 쓰지만 유의미한 전사 가치를 만드는 고성과 기업은 6%였고, 어떤 업무 기능에서도 AI 에이전트를 확장 운영 중이라는 응답은 10%를 넘지 않았습니다.
업무 재설계가 실제로 어떤 작업인지는 엔지니어 출신이 하는 AX는 무엇이 다른가에서 다뤘습니다.
시기별로 팔리는 상품이 바뀝니다
확산 순서를 한국 기업시장 기준으로 압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금융권 규제 완화와 레퍼런스 형성
- 삼성·LG·SK·롯데·현대차 등 대기업 전사 배포
- 제조 핵심업무 PoC 경쟁
- 방산·조선·반도체용 온프레미스 AX 확대
- 계열사·협력사·중견기업 전파
- 산업별 버티컬 에이전트 상품화
- 공공 조달과 정부 지원사업 확대
- 중소기업 대중화
이 흐름을 따라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도 바뀝니다.
| 시기 | 고객이 구매하는 것 |
|---|---|
| 초기 | AI 강의·워크숍 |
| 확산기 | 계정·라이선스·보안환경 |
| 실행기 | 직무별 PoC·에이전트 |
| 전환기 | 업무 재설계·시스템 통합 |
| 고도화기 | 온프레미스 플랫폼·거버넌스 |
| 산업화기 | 산업별 표준 AX 패키지 |
금융 AX가 화제가 되면 많은 기업이 먼저 강의를 요청할 것입니다. 그러나 1~2년 뒤에는 교육을 했는데 그다음은 무엇인가가 핵심 문제가 됩니다. 시장의 가장 큰 기회는 AI를 알려주는 쪽이 아니라, 교육에서 시작해 실제 운영 시스템이 바뀔 때까지 이어주는 쪽에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며
정리하면, 금융권은 AX의 최종 시장이 아니라 다른 규제 산업이 참고할 표준이 만들어지는 첫 번째 산업입니다. 실제 확산은 산업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고, 대기업 공통업무에서 산업 핵심업무로, 다시 공급망을 따라 중소기업까지 내려갑니다. 그리고 이번 물결은 도입은 역사상 가장 빠르고 전환은 소수만 성공하는 이중 속도로 진행되며, 그 사이에서 선두와 후발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확인할 것은 하나입니다. 우리 조직이 다섯 개의 변곡점 중 어디에 있는가입니다. 순서를 기다리는 것은 전략이 아닙니다. 도구 배포와 데이터 연결 사이에 있다면, 다음에 준비할 것은 더 좋은 도구가 아니라 시스템 실행 권한과 업무 재설계입니다.